자전거 여행 - 경주에서 안동으로 (1)

원래 계획 없이 살아오기는 했지만, 이번 여행 처럼 계획 없이 떠나보기는 처음이었다. 포항 - 영천 - 안동 - 영덕 - 포항으로 이어지는 여행 경로에서 출발과 도착을 경주로 바꾼게 출발하기 3일전. 도로사정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대충대충, 몇 번 국도를 돌아야 되는지 정도만 알아놓았다.
거기다 안전장비는 전무. 헬멧을 써야 될 정도로 밟을 수 있는 체력도 없었으나 기본 안전장비는 장거리 라이딩의 필수품인데 그것 조차 잊고 출발하였다. 시작부터 아슬아슬한 여행. 나중에 또 말하겠지만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부족했던 준비가 여실히 드러났다.

아침 8시 반에 차를 타고 경주로 이동. 즐거운 마음으로 영천으로 향하는데, 어라.. 아무리 달려도 경주 시내를 못 벗어나는 거다. 보문단지 한 바퀴 휭 돌고 나니 점심 먹을 때다. 그런데도 아직 경주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거기에다가 후배 자전거 뒷 타이어에 펑크까지. 랩에서 교수님 몰래 자전거 정비 동영상을 봤던걸 떠올리며 30분이나 걸려 펑크 하나를 때웠다. 다행히 다른 건 다 잊어도 펌프랑 펑크패치, 타이어 주걱은 들고 왔기 때문에 뿌듯한 마음에 다시 길을 가려는 순간. 다시 뒷바퀴 펑크! @@!#!$% 그것 마저 때우고 한 5분 정도 달리는데 이번엔 앞바퀴 펑크! 아, 이건 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앞바퀴에도 펑크가 두개였었다. 하나는 나중에 발견되지만. 하루에 4개의 펑크. 이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확률이다.

여튼 오후 두시가 넘어서야 경주를 벗어났고, 영천까지 4번 국도를 타고 달리는데. 아, 무서운 트럭들.. 그것보다 더 무서운 오르막길들. 체력은 달린지 반나절이 지나자 한계를 드러내고, 엉덩이는 벌써부터 아우성을 치기 시작한다. 언덕길을 죽어라 밟고 올라가다 힘에 부치면 내려서 끌고 올라가기를 반복. 하지만 인생이 다 그러하듯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내리막길에서의 그 쾌감은! 어렸을 때 범퍼카 탔을 때의 두근거림이랑 비슷해서, 바람 한 줄기 한 줄기에 하악하악거리며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영천에 도착. 하지만 오전에 해댄 삽질 때문에 원래 목표보다 18킬로 정도 덜 가서 숙소를 잡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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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남은거리, 빨간색: 이동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