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일부가 잘려나간 것 같은 기분이야

정말 잘려나갔거든.
스트레스성 위염에 의한 위경련이라고 여러번 진단 받았었지만, 잘못된 진단이었다.

이른바 담당염의 머피's sign이라고 하는  오른쪽 갈비뼈 아랫부분의 통증으로 인해 이번에는 제대로 진단을 받을 수 있었고,
30여년동안 내 몸 전체를 위해 담즙을 저장하고 농축시켜주던 내 쓸개는 적출되었다.
큼지막한 담석 세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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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앞으로 뭘하든 어떤 일이 있든, 세상이 참 무덤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느낌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섞이면서 참 이상한 기분을 만들어 낸다.
실제로 이번 수술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무덤덤했고,
내 삶을 보는 나의 시선은 언제나 말하는 것처럼 뿌연 김이 서린 창문을 통하는 것 같이 격리된 느낌이고.

내 어깨를 가장 짓누르는건 나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기대가 아닐까.
밥벌이는 어떻게든 할 것 같은데, 나를 위해서, 그리고 주변인들을 위해서 내가 좀 더 나은 (남들이 보았을 때 나아보이는) 그런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
결혼도 해야 하고, 좋은 직장에, 좋은 차에, 집에, 돈에, 등등등
이게 온전한 내 삶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지금껏 걸어온 길을 보면, 그냥 성탄절에 인파에 휩쓸려 어디론가 밀려다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나도 거기에 휩쓸리면서도 나자신을 그리로 내몰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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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자살'을 언급한 사람들은,
굉장히 나르시즘적인 성격을 갖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을 너무너무 지나치게 사랑해서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는 느낌.

난 그정도는 아니라서 나름 그쪽으로는 평생 건강할 것 같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쓰는 글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