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한창 광석형 노래를 듣고 부르던 그때만 해도 내게 오늘 같은 날이 올까 싶었는데,

광석형이 떠난게 서른 셋일 때였고, 나도 어느새 같은 나이가 되었다.

이젠 정말 광석이 형이라고 해야 할지, 김광석 씨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금의 나라면 당시의 김광석씨와 소주 한잔 마시면서 인생이야기 노래이야기 정말 재미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이라든지, 이별이라든지, 청춘, 과거, 미래, 아픔 그런 이야기도 소주 각 일병씩 마시면 부끄럼 없이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소주 한잔에 노래 한곡씩 부르면서..

그렇게 서로 마주 앉아 함께 한잔 마시며 얘기할 수 없으니깐, 뭇사람들이 소주 안주로 제일 좋다고 하는 게 그의 노래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닳도록 들었고, 학부 때에는 목이 터지라고 불러대었던 그 노래들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손발이 다 접힐정도로 오그라들었던 나의 말과 행동들이 그 당시에는 정말 절실했을 거고,

지금 이렇게 늦은밤에 쓰는 부끄러운 글도 나중에 보면 지우고 싶고 오그라 들겠지만, 뭐 어때.


서른 즈음에 요절한 엘리엇 스미스도 갑자기 생각이 난다. 요새 출근길에 흥얼거리곤 했는데.

감수성이 풍부한 예술인들에게 30대란 참으로 가혹한 시기인가 보다.


모든 사람들이 생살로 세상에 부대끼며 고통을 참아내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나름 잘 해냈고 잘 해내고 있어" 정도의 칭찬 혹은 위안을 나 자신에게, 작년 한 해를 부대껴 왔던 나에게 해줬어야 하는데,

못하겠다. 나는 잘 해내고 있는게 없는 것 같고, 그냥 시간만 청춘만 삶만 적당히 허비하고 축내고 소비하고 있는 것 같다. 모자르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 그래, 그 정도 위안은 스스로에게 괜찮지 않을까.

그러지 못한 사람들만 하나 둘 떠올리면서.


혼자 남은 밤 그만 찌질대고 자야지. 너무 깊이 생각하지도 말고.


광석이형 좋은 노래 감사합니다.


The Beatles - I need you



산울림 - 너의 의미



prev 1 2 3 4 5 6 ··· 44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