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일부가 잘려나간 것 같은 기분이야

정말 잘려나갔거든.
스트레스성 위염에 의한 위경련이라고 여러번 진단 받았었지만, 잘못된 진단이었다.

이른바 담당염의 머피's sign이라고 하는  오른쪽 갈비뼈 아랫부분의 통증으로 인해 이번에는 제대로 진단을 받을 수 있었고,
30여년동안 내 몸 전체를 위해 담즙을 저장하고 농축시켜주던 내 쓸개는 적출되었다.
큼지막한 담석 세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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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앞으로 뭘하든 어떤 일이 있든, 세상이 참 무덤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느낌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섞이면서 참 이상한 기분을 만들어 낸다.
실제로 이번 수술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무덤덤했고,
내 삶을 보는 나의 시선은 언제나 말하는 것처럼 뿌연 김이 서린 창문을 통하는 것 같이 격리된 느낌이고.

내 어깨를 가장 짓누르는건 나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기대가 아닐까.
밥벌이는 어떻게든 할 것 같은데, 나를 위해서, 그리고 주변인들을 위해서 내가 좀 더 나은 (남들이 보았을 때 나아보이는) 그런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
결혼도 해야 하고, 좋은 직장에, 좋은 차에, 집에, 돈에, 등등등
이게 온전한 내 삶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지금껏 걸어온 길을 보면, 그냥 성탄절에 인파에 휩쓸려 어디론가 밀려다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나도 거기에 휩쓸리면서도 나자신을 그리로 내몰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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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자살'을 언급한 사람들은,
굉장히 나르시즘적인 성격을 갖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을 너무너무 지나치게 사랑해서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는 느낌.

난 그정도는 아니라서 나름 그쪽으로는 평생 건강할 것 같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쓰는 글이구나. 

쉽지 않아요.

밤샘 작업으로 논문을 쓰고 있고,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고,
가끔씩 속이 꼬일듯 쓰릴 때도 있고, 여기 있는게 맞는 걸까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동엽옹 블로그에서 발견한 자신과의 싸움에 관한 글과 [여기] (원문도 다 읽게 되더라)
스르륵 게시판에서 본 예비신랑이 예비신부에게 바치는 동영상을 보고 기분이 나아졌다.

하지만 사실 지금 나의 현실은..


상콤한 아침이다.
다른 사람들 블로그에서 글 읽기만 하는게 왠지 미안해서;
정말 오랜만에 하는 포스팅.

찬란한 유산


웹서핑 하다가 요 사진 하나 보고 찬란한 유산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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